큰 수에 대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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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11. 23.
뉴스나 어떤 통계자료를 보다 보면 아주 큰 단위의 수가 등장하여 막연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수를 세는 단위와 미국에서 수를 세는 단위를 비교해보고 각각을 비교하기에 용이한 팁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한 수를 표현하는 방법에서는 진법을 활용합니다. 진법에서 '진'이라는 글자는 '나아갈 진'을 사용합니다. 수를 표현하기 위해 숫자를 사용하는데, 숫자는 0부터 9까지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9를 넘어서는 숫자를 표기하기 위하여 새로운 숫자를 만들기보다, '진법'을 활용하여 수를 표현합니다. 자릿수를 확장하여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이 방식을 '진법'이라고 부릅니다. 9에서 1이 더해진 숫자를 '십'이라고 하는데, 아라비아 수로는 9 다음 수를 표현할 숫자가 없으므로, 진법을 활용해서 '십의 자리'라고 부르는 곳으로 수를 나아가고, '일의 자리'는 0으로 리셋합니다. 그렇게 10이 됩니다.
문화권마다 10단위로 수가 증가할 때마다 그 수에 이름을 붙입니다. 한 번 나아간 수인 10은 '십', 두 번 나아간 수인 100 은 '백', 세 번 나아간 수인 1000은 '천', 네 번 나아간 수인 10000은 '만' 입니다. 그렇다면 다섯 번 나아간 수인 100000 은 뭐라고 부를까요? 이 수엔 붙여진 이름이 없습니다. 이 때 '진법'을 활용하여 만이 10개 모인 수이므로 '십만'이라고 표현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어 문화권에서는 보통 10은 'ten', 100은 'hundred', 1000은 'thousand' 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 번 더 나아간 10000 은 뭐라고 부를까요? '만'에 해당하는 일반 명사는 없습니다. 여기서도 '진법'을 활용합니다. 영어에서 10000은 thousand 가 10번 모였으므로 'ten thousand' 라고 표현합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숫자가 4번 나아갈 때마다 이름을 붙였습니다.
- 1_0000: 만
- 1_0000_0000: 억
- 1_0000_0000_0000: 조
- 1_0000_0000_0000_0000: 경
우리가 흔히 큰 수를 셀 때 맨 오른쪽 0부터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 세어 나가는 경우가 흔한데, 4자리로 끊어서 세어가면 훨씬 빨리 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영어문화권에서는 숫자가 3번 나아갈 때마다 이름을 붙였습니다. 큰 수를 나타낼 때 컴마를 0이 3번 반복될 때마다 찍게 되는 것은 이 이유때문입니다.
- 1_000: thousand
- 1_000_000: million
- 1_000_000_000: billion
- 1_000_000_000_000: trillion
수에 이름이 붙여지는 원리를 가지고 원화와 달러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봅시다. 보통 1달러에 000을 붙여서 원화로 만든 뒤 환율을 적용하여 계산하는 셈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 1달러를 원화로 만들 때
- 000을 붙여서 1000원을 만들고 [개략적 단위환산]
- 1000원에 환율을 적용 -> 1400원
1달러 에서 '달러' 대신 '000원'을 붙이면 2.단계까지 진행한 것이 되기 때문에 흔히 쓰이는 방법입니다.
100달러 는 그렇다면 얼마일까요? 달러 대신 000원 을 붙이면 되니까, 100000원 입니다. 10만원이네요. (환율을 적용하면 14만원) 1000달러는 그렇다면 얼마일까요? 100만원입니다. (환율 적용시 140만원) 이 단위는 투자의 세계에서는 의미 있는 가격이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을 이야기 할 때 1k라는 단위를 쓰기도 하는데, k 는 1000을 의미하는 수(kilo)로써 1k달러 는 한화로 100만원에 대응되며, 환율을 적용하면 약 140만원 정도가 됩니다.
백만장자(millionaire)는 표현이 있습니다. 백만은 0이 여섯 개 있는 수이고, 1_000_000입니다. 백만장자가 백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한화로 얼마 정도를 갖고 있게 되는 것일까요? 0을 3개 붙여주면 10_0000_0000 이니까 10억입니다. 환율을 적용하면 약 14억이겠네요.
가령 10억달러라고 했을 때 한화로는 얼마정도로 환산이 될까요? 먼저 10억달러는 0이 몇개일까요? 억은 0이 8개이므로 10억은 0이 9개이고, '달러'를 '000원'으로 치환하면 0이 12개가 됩니다. 0이 12개인 수의 이름은 '조'이므로, 10억달러는 1조원에 대응되며, 환율을 적용하면 약 1.4조원(1조 4000억)이 되겠네요.
위 두 가지 환산에서 어떤 규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100만달러 -> 10억원
- 10억달러 -> 1조원
환율을 적용하기 전에 개략적인 단위수만 맞추는 과정만 놓고 보면, 단위 앞 수는 자릿수가 하나 줄었고, '만달러'는 '억원'이 되면서 '만'이 '억' 이 되고, '억달러'는 '조원'이 되면서 '억'이 '조'가 되었습니다. 즉, '숫자 자릿수를 하나 줄이고, 큰 단위를 하나 올리면 개략적인 원화가 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율 적용전) 1달러가 1000원에 대응되기 때문인데, 이 1000원은 다음 큰 수의 이름(만, 조, 억 등)이 되기 위해 필요한 0이 하나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걸 앞에 있는 수에서 빌려다 쓰면 다음 큰 수의 이름이 되면서, 앞의 수의 0은 하나 줄이는 것이죠.
만약 1억달러 처럼 빌려올 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천단위로 내려주면 됩니다. 1000경원입니다. 단순히 0을 3번 붙여 생각해도 되지만, 이런 방식으로도 환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10억달러인 1B달러 는 우리나라의 1조원과 대응한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이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1B 은 0이 9개입니다. 그리고 달러는 '000원'으로 대응될 수 있으므로 1B달러는 원화로 변경했을 때 0을 총 12개 가지게 됩니다. 12개는 4가 3번 반복되는 것이므로, '조'에 대응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국 뉴스나 통계에서 6B달러와 같은 표현이 나온다면, 이는 'B달러' 를 그대로'조원'으로 계산한 뒤 환율을 적용하여 감을 잡으면 됩니다.
달러 단위가 아닌 경우에도, 영어문화권에서는 0이 3개마다 이름이 붙여지고, 한자문화권에서는 0이 4개마다 이름이 붙여진다는 사실을 통해서 million, billion, trillion 은 각각 백만, 10억, 1조 입니다. 마찬가지로 앞 숫자는 백, 10, 1로 줄어들었고, 큰 수의 단위는 만, 억, 조로 증가합니다.
새삼 SI 단위계가 꿈꾼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공감을 하게 되면서 포스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