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스톰의 시대를 맞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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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11. 15.
나와 함께했던 IDE들
초등학생 시절 다니던 컴퓨터학원에서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배웠었다. 당시에는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을 Visual Basic 이라는 언어를 활용해서 치렀었기 때문에, 자격증을 따려면 Visual Studio 로 코딩을 배웠어야 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RPG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으로 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었다. 불리언, 분기, 변수, 반복 등의 개념이 있어서 지금의 스크래치와 어찌보면 그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싶다.
대학 시절에도 전산물리 과목을 수행하기 위해 포트란이라는 고대언어를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IDE 는 Visual Studio 였다.
그러다가 생활코딩 웹애플리케이션 만들기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현재 Visual Studio Code 의 전신인 Atom 에디터를 활용했던 기억이 있는데, emmet 이라는 (아마도) 플러그인을 활용해서 html 태그를 만들어내는게 그렇게도 센세이션해(마치 닌자 같아)보였다. (지금은 템플릿 엔진이라든가, 프론트엔드 프레임워크 문법으로 지원되어 사실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개발 학원을 다니면서 주로 활용했던 IDE 는 Eclipse 였고, 쥬피터 노트북(아나콘다 패키지를 설치하여)으로 간단한 데이터과학을 배우기도 했었다.
POCU 아카데미 수업을 들을 때, C# 을 Visual Studio(다시 등장, 사실상 IDE 계의 근본)로 다뤄볼 수 있었고, Java 를 활용하는 수업에서는 또 역시 IntelliJ 커뮤니티 버전을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 써본 유료 IDE, IntelliJ
그러다가 첫 회사에서 Java 개발에는 IntelliJ를, NodeJS 및 프론트엔드 개발에는 VSCode 를 활용해서 개발을 했다. 이 때 IntelliJ 를 만났을 때의 쾌감을 잊을 수가 없다. "아...! 유료 IDE를 쓰는 이유가 다 있구나!"
당시에 IntelliJ 설치시에 Vim 을 사용할 건지 물어보는 옵션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괜히 Vim 을 써보고 싶어지기도 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vim 을 사용하면서 IntelliJ 에도, VSCode 에도 Vim 익스텐션을 설치하여 써보게 되었고, 둘 다 각각 Jetbrains 팀과 Microsoft 팀에서 관리하는 익스텐션임에도 VSCode 쪽의 Vim 에는 뭔가 어긋난 느낌을 줄 때가 간혹 있었다. (99%는 잘 동작하는 데 가끔 한 번씩 어긋나는 그런 느낌)
웹스톰과의 만남
두 번째 회사에서는 (간혹 VSCode 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웹스톰(WebStorm)'이라는 IDE를 썼다. 첫 인상은 굉장히 IntelliJ 와 결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점점 스며들다가 이윽고 난 평생 Jetbrains 의 IDE 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었다. 전반적인 UI/UX 가 IDE 간에 통일되어 있어서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해서 IDE 를 전환해야 할 때도 그 전환비용이 덜 들게 될 것 같아서였다. (모든 Jetbrains 계열 IDE 에서 Cmd+2 는 북마크, Cmd+5 는 Debug, Cmd+9 은 버전관리로 동일하고, 단축키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것) Jetbrains 풀패키지를 구독하기 시작했고, (2021.1 버전을 마지막으로) 폴백 라이센스도 가지고 있다.
Web 기반 IDE
2020년대 전후로 vscode.dev, 구름 IDE, stackblitz, codepen 들로 대표되는 웹 기반 IDE 들도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3년 구글에서 발표한 Project IDX 같은 웹앱들을 보면, 설치형 IDE 의 시대가 저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웹브라우저만 되는 랩탑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개발이 가능해졌다. (github 에서도 소스코드를 보고 있을 때 . 을 누르면 VSCode 기반의 에디터로 진입) 웹어셈블리(WASM)의 대중화와 함께 웹 기반 IDE 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싶다.
웹스톰 개인용 라이센스 무료화
2024년 10월 24일. Jetbrains 는 개인용 웹스톰을 무료로 전환하는 발표를 한다. 여전히 실무에서 적극적으로 웹스톰을 활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굉장히 반가운 발표가 아닐 수 없었다. 주변에서 NodeJS, 타입스크립트 기반 백엔드 개발을 하는 경우에도 VSCode 를 많이 사용하는 느낌, 특히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경우에는 여지 없이 VSCode 를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었기 때문에, 언젠가 IntelliJ 처럼 웹스톰이 그런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까 싶긴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습(은 아니었을지도) 발표를 하다니.
VS VSCode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간단한 코딩 작업을 할 때면 VSCode 를 활용하곤 한다. VSCode 의 시작이 '경량 에디터'의 느낌을 갖고 출발했었던 터라 굉장히 가벼웠던 기억이 있는데, (최적화야 충분히 잘 되었겠지만) 어느샌가 무거워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집 컴퓨터가 옛날거라 그런가...) 내 윈도우 컴퓨터에 그래픽카드가 하나 달려있었는데, 이게 자연발화 되더니 사라지고 나서 CPU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로 4k 모니터를 돌리면서 vscode 를 돌리면 타이핑 등에 딜레이가 생기는 느낌이 있었다. 다시 그래픽카드를 달고 나니 괜찮아졌는데, 그래픽카드 영향으로 VSCode 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아직도 내 동료들은 믿지 않는 눈치다.
사실 VSCode 성능 문제를 이야기하려던 건 아니지만, VSCode 는 이제 엄연한 IDE 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웹스톰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적이 빌드업을 마치고 이제 자신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웹스톰 2024.3 업데이트 메인 피처: DB 툴
얼마 전, 아마도 2024년 11월 12일, Webstorm 팀은 2024.3 버전을 릴리즈 하는데, 굉장히 획기적인 기능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전 Database Tools and SQL for WebStorm 라는 이름의 플러그인으로 경량화된 Datagrip 을 플러그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었는데, 이걸 무료화 시킴과 동시에 웹스톰에 번들링해서 배포한 것이었다. 아마 상업용으로 팀이 사용할 때 개인당 10$ 정도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라이센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결정이 특히 반가웠던 이유다. 웹스톰을 무료로 푼 것에 이어, 사실상 웹스톰으로 백엔드 개발을 하는 개발자에겐 Datagrip 또는 Database Tools and SQL for WebStorm 플러그인은 사실상 필수 패키지인 느낌인지라, 웹스톰 팀도 2024.3 의 릴리즈의 머릿부분에 이 내용을 넣어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를 통한 임팩트를 기대하고 있을거라고 추정해본다.
DB connect 하여 관련 작업을 해야 할 때 DB 제어 프로그램에는 웹앱의 형태로 제공되는 매니저(phpMyAdmin, pgAdmin 등)들도 있고, 무료 소프트웨어로는 DBeaver, HeidiSQL 등의 옵션이 있을거다. DBeaver 가 그래도 자주 쓰이는 느낌인데, 이게 또 최적화가 잘 되어있지 못한 느낌이다. Datagrip도 무거운 느낌(M1 맥북 개인 체감 기준)도 있지만 어느정도 성능을 내주기에 유료로 쓸 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명령프롬프트를 활용해서 접근하여 간단한 SELECT 쿼리를 날려보는 등의 작업을 하는 데 익숙해질 필요도 있지만, 가령 대량의 데이터를 특정 형태로 복사(csv, xml, insert 문 등등)해와야 한다든지, 다이어그램(ERD)을 그려본다든지, 특히 테이블 데이터를 엑셀처럼 열어보고 수정해보고 싶을 때(물론 상용에는 금물) 할 때 GUI 기반 편집기가 빛을 발한다. 그런데 이걸, Webstorm 에서 플러그인의 형태로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존 웹스톰에서 플러그인 없이는 SQL 타입 파일 하이라이트(컬러라이즈)조차 지원하지 않았었단 건 비밀)
마치며
다분히 웹 개발 생태계가 VSCode 로 몰려 있는 것도 사실이라, 이번 웹스톰팀의 결정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음이 다분해 보인다. (아직 그 영향은 미미해 보이지만) 이제 VSCode 가 긴장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물론 VSCode 는 어차피 오픈소스에 상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센스 정책을 갖고 있어서 별 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경쟁은 너무 환영할 만 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웹스톰이 웹개발 진영에서 보다 일반적인 지위를 갖게 되기를 응원해본다.